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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소리가 사라지면, 맛도 사라진다 – 중국 골목의 叮叮糖 이야기

중국 골목에서 들리던 ‘딩딩’ 소리와 함께 판매되던 전통 사탕 叮叮糖. 사라져가는 중국 길거리 음식의 역사와 추억, 그리고 지금 남아있는 마지막 흔적들을 기록합니다.

🔔 사라져가는 소리의 맛, 중국 길거리의 叮叮糖 이야기

중국 골목을 걷다 보면, 가끔 이런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딩딩… 딱, 딱!”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쇠망치가 쇠판을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를 따라가면 작은 수레 하나, 그리고 은빛 설탕 덩어리를 두드리던 한 할아버지가 서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바로 叮叮糖(딩딩탕)입니다.

중국 오래된 골목에서 딩딩탕(叮叮糖)을 전통 방식으로 망치로 두드려 판매하는 노점상의 모습

1. 叮叮糖, 도대체 어떤 음식일까?

叮叮糖은 광둥(廣東) 지방에서 시작되어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운남 등지로 퍼져 간 전통 길거리 사탕입니다.
기본 재료는 麦芽糖(맥아당, maltose)에 설탕과 물, 그리고 경우에 따라 생강, 참깨 등을 더해 오랫동안 끓여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럽을 식기 전에 길게 늘리고 말아 판 형태로 굳힌 것이 바로 叮叮糖입니다.

쇠망치와 정을 이용해 딩딩탕을 잘게 부수고 있는 전통 판매 방식, 중국 길거리 사탕 叮叮糖
망치와 정으로 잘게잘게 잘라서 판매하는 딩딩탕(叮叮糖) - 출처 (바이두)

겉모습은 단단한 설탕판 같지만, 입에 넣으면 서서히 녹으면서
진한 단맛과 고소한 참깨 향, 은은한 생강 향이 함께 퍼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설탕의 달콤함,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맛이 함께 녹아 있는
작은 한 조각의 “시간”과도 같은 간식이었죠.

2. 왜 이름이 ‘叮叮(딩딩)’일까?

叮叮糖의 또 다른 이름은 啄啄糖입니다. 여기서 “啄”은
끌이나 망치로 무언가를 콕콕 쪼아 부수는 동작을 뜻합니다.
옛날 노점 상인들은 커다란 설탕판을 들고 다니며,
손님이 오면 쇠망치와 끌로 설탕판을 잘게 깨서 한 조각씩 떼어 주었습니다.

그때 철판과 도구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바로
“딩딩… 딩딩…” 하는 금속음이었고,
사람들은 이 소리를 그대로 따서 叮叮糖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叮叮糖은 맛보다 먼저 소리로 기억되는 사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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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각보다 “어려운” 사탕 – 손이 많이 가는 달콤함

사진으로 보면 그저 옛날식 설탕과자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진짜 叮叮糖을 만드는 과정은 꽤 힘든 수작업의 연속입니다.

먼저 보리나 밀을 발아시켜 만든 맥아로 맥아당을 만들고,
이것을 설탕, 물과 함께 오랫동안 졸여 끈적한 시럽 상태로 만듭니다.
이후 이 뜨거운 시럽을 큰 판 위에 부은 뒤,
수십 번을 접고, 늘리고, 또 접는 “拉糖(당을 늘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입 안에서 서서히 녹아드는
叮叮糖 특유의 식감과 깊은 단맛이 완성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 사탕만 만들어 온 장인도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이 깃든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 중국에서 叮叮糖이 사라져가는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특별한 叮叮糖은 왜 요즘 중국에서
점점 보기 어려워졌을까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① 편의점·온라인 간식의 폭발적인 증가
예전에는 골목을 돌아다니는 사탕 장수가
말 그대로 “동네 아이들의 유일한 간식 배달부”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편의점, 마트, 온라인 쇼핑에서
수백 가지 과자를 몇 분 만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사탕은 자연스럽게 밀려나게 되었죠.

중국 동네 가게 앞에서 판매되던 옛 딩딩탕 상자 모습
예전에 동네가게에서 팔았다는 딩딩탕 사진 (출처 - 바이두)

② 도시 미관과 노점 규제
叮叮糖은 기본적으로 길거리 노점 문화의 일부였습니다.
그러나 도시 정비와 함께 보도와 상가 앞이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던 노점상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소리가 사라지니, 사탕도 함께 사라진 셈입니다.

③ 젊은 세대의 입맛과 건강 인식 변화
요즘 젊은 세대에게 叮叮糖은 솔직히 말해
“너무 달고, 너무 딱딱한 옛날 사탕”일 수 있습니다.
또 “설탕=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런 전통 사탕을 일부러 찾아 먹을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5. 그래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叮叮糖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홍콩과 광둥 일부 지역, 운남의 전통시장, 말레이시아의 옛 거리에서는
여전히 叮叮糖을 지키는 가게와 장인들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수레나 가게 앞에서
여전히 철판을 두드리며 “딩딩” 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이끌린 아이들과 관광객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짧은 영상으로 그 장면을 기록합니다.

예전에는 배를 채우기 위한 값싼 골목 간식이었다면,
지금은 추억을 체험하기 위한 여행의 한 장면으로
叮叮糖의 의미가 바뀌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6. 중국에서 사는 한국인의 눈으로 본 叮叮糖

중국에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지금 이 풍경이 10년 뒤에도 그대로일까?”
叮叮糖은 그 질문에 가장 또렷하게 답을 주는 존재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소리를 따라 골목 끝까지 뛰어가던 그 사탕은,
이제 점점 사진과 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이 변화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중국에도 이런 사탕이 있었다더라”라는 말만 남게 되겠죠.

그래서 “중국에서 사라져가는 음식”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한 가지 간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속도, 사라져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함께 기록하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7. 언젠가 골목에서 ‘딩딩’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언젠가 홍콩이나 광둥, 운남의 어느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딩딩… 딩딩…”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꼭 한 번 발걸음을 멈춰 보세요.

망치 소리, 골목의 공기, 설탕이 깨지는 순간 튀어 오르는 조각들,
그리고 작은 사탕 한 조각을 입에 넣었을 때
천천히 녹아내리는 달콤함과 함께
“사라져가는 중국의 한 조각”을 함께 맛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에는, 어떤 소리가 간식의 시작을 알려주었나요?”
그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叮叮糖은 더 이상 낯선 중국 간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 속 어딘가와 연결된, 작은 소리의 타임머신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밥무쓰리부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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