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뭐가 나오는걸까?

[중국기업을 읽다] 제2편|작은 부스에서 세계적인 로봇기업으로, Unitree는 어떻게 10년 만에 여기까지 왔을까?

작은 부스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로봇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Unitree(宇树科技). 왕싱싱의 창업부터 Laikago, H1·G1 휴머노이드, WRC 2026에서 직접 본 놀라운 기술 발전까지 Unitree가 10년 만에 성장한 이유를 살펴봅니다.

작은 부스에서 시작한 로봇회사가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중국기업을 읽다] 제2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중국의 DRAM 기업 창신메모리(CXMT)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산업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바로 지금 중국 로봇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기업, Unitree Robotics(宇树科技, 유니트리)입니다.

얼마 전 오래된 Unitree의 사진 한 장을 찾다가 꽤 인상적인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로봇 전시회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Unitree의 로봇을 보기 위해 몰려들지만, 회사 초기에는 작은 공간에서 창업자 왕싱싱(王兴兴)이 직접 로봇을 보여주고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Unitree 초기 시절 창업자 왕싱싱과 사족보행 로봇 Laikago 모습
Unitree 초기 시절 왕싱싱과 Laikago (출처 - 바이두)

왕싱싱 역시 최근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Unitree가 2017~2018년경 처음 세계로봇대회에 참가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Unitree는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로봇기업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더 궁금한 질문이 있습니다.

Unitree의 성장은 한 기업의 성공일까요, 아니면 중국 로봇산업 전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저는 불과 몇 달 사이 달라진 Unitree를 직접 봤습니다

제가 Unitree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회사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 역시 중국에서 로봇 관련 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여러 제품을 봐왔고, Unitree의 로봇도 여러 차례 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베이징에서 열린 WRC 2026에서도 다시 Unitree를 봤습니다.

2026 세계로봇대회 WRC에서 전시된 Unitree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모습
WRC 2026에서 다시 만난 Unitree

그런데 제가 놀랐던 것은 새로운 로봇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보았던 로봇과 비교해도 움직임과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걷고 뛰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동작을 훨씬 자연스럽게 수행했고,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해외에서 찾아온 관람객까지 Unitree의 로봇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로봇의 진짜 무서움은 지금의 기술 수준보다 발전하는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 [중국기업을 읽다] 두 번째 기업으로 Unitree를 선택했습니다.

중국 로봇기업 Unitree의 초기 Laikago부터 휴머노이드까지 10년간의 성장

Unitree의 시작은 휴머노이드가 아니었습니다

Unitree는 2016년 왕싱싱이 항저우에서 창업한 로봇기업입니다.

왕싱싱은 대학원 시절부터 사족보행 로봇을 연구했습니다.

당시 개발한 로봇이 XDog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왕싱싱은 저비용 외전형 브러시리스 모터를 이용해 고성능 사족보행 로봇을 구현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모터와 드라이버, 제어 시스템, 기계구조까지 상당 부분 직접 개발했습니다.

2016년 XDog의 영상이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으면서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2017년 등장한 제품이 바로 Laikago였습니다.

Unitree의 공식 연혁에 따르면 Laikago에는 자체 개발한 모터와 모터 드라이버, 메인 컨트롤러와 새로운 제어 시스템 등이 적용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Unitree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Unitree가 선택한 길은 Boston Dynamics와 조금 달랐습니다

사족보행 로봇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Boston Dynamics를 떠올립니다.

Boston Dynamics의 로봇은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줬지만 일반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쉽게 구매하기에는 상당히 비싼 제품이었습니다.

Unitree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갔습니다.

“고성능 로봇을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 수 있는 가격으로 만들자.”

2019년 산업용 사족보행 로봇 Aliengo를 내놓았고, 2020년 CES에서는 교육·연구용 A1을 공개했습니다.

2021년에는 Go1을 출시하면서 사족보행 로봇의 가격을 더욱 낮췄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Unitree는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모터, 감속기, 컨트롤러와 센서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역량을 쌓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후 Unitree가 휴머노이드 시장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Unitree는 두 발로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사족보행 로봇으로 이름을 알린 Unitree는 결국 휴머노이드 시장으로 들어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H1과 G1입니다.

특히 G1은 Unitree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중국 항저우 Unitree Robotics 본사에서 직접 본 휴머노이드 로봇
2025년 방문했던 항저우 Unitree본사 모습

과거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학 연구소나 거대한 기업 정도가 접근할 수 있는 매우 비싼 장비였습니다.

하지만 Unitree는 휴머노이드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연구기관과 개발자들이 실제 로봇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의 문턱을 낮추려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로봇을 싸게 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더 많은 로봇이 시장에 공급되면 더 많은 개발자가 사용하게 되고, 더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며, 다시 소프트웨어와 AI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중국에서는 Unitree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저는 Unitree라는 회사보다 조금 더 큰 중국의 산업구조를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의 제조 공급망입니다.

모터, 감속기, 배터리, 센서, 전자부품, 가공부품 등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많은 부품을 중국 안에서 빠르게 조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엄청난 엔지니어 인력과 경쟁입니다.

중국에는 Unitree뿐 아니라 UBTECH, AgiBot, Galbot, Leju, Kepler 등 수많은 휴머노이드 기업이 동시에 경쟁하고 있습니다.

제가 WRC 현장에서 느낀 것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중국에 휴머노이드 회사가 이렇게 많았나?”

몇 년 전 중국에서 AG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수많은 업체가 한꺼번에 등장했던 모습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결국 가격과 기술, 제품개발 속도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것이 중국 로봇산업의 무서운 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항저우 Unitree 본사 방문객 전시실에 전시된 로봇 제품 모습
Unitree 외부 방문객을 위한 전시실 모습 (2025년 촬영)

하지만 잘 뛰는 로봇이 좋은 산업용 로봇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WRC에서 로봇이 춤을 추고, 격투를 하고,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공장이나 물류센터에 투입되는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동작만이 아닙니다.

8시간, 10시간 반복해서 같은 작업을 해도 문제가 없어야 하고, 작업 성공률과 안전성, 유지보수성 그리고 투자 대비 경제성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2026 WRC에서도 많은 휴머노이드가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하던 복잡한 작업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의 휴머노이드 시장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술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부터는 산업현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다.”


마침 Unitree도 상장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흥미롭게도 Unitree는 2026년 8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는 주당 150.8위안.

상장 첫날 종가는 845위안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약 460% 상승했습니다.

앞선 [중국기업을 읽다] 제1편에서 살펴본 창신메모리에 이어 Unitree까지 중국의 미래산업 기업에 엄청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고점에서 크게 조정받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와 실제 기업가치 사이에는 얼마나 큰 거리가 있을까?”

Unitree가 앞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멋진 로봇 영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 그리고 실제 산업현장의 대규모 적용일 것입니다.


Unitree를 통해 제가 읽은 중국은 다시 한번 '속도'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창신메모리 편에서 제가 가장 주목했던 것도 속도였습니다.

그리고 Unitree를 보면서도 같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2016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

2017년 Laikago를 들고 로봇 전시회에 등장했던 회사.

그리고 2026년, 세계의 관람객이 로봇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회사.

불과 10년입니다.

물론 Unitree가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휴머노이드 산업 자체가 이제 막 시작됐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국 현장에서 계속 느끼는 것은 이것입니다.

“중국 기업을 볼 때 지금 어디에 있는지만 봐서는 안 된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창신메모리도 그랬고 Unitree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제가 [중국기업을 읽다]라는 시리즈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중국기업을 읽다]

중국 로봇산업의 빠른 성장만큼이나 제가 최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입니다.

[중국기업을 읽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세계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를 살펴봤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세계 DRAM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한 창신메모리와 Unitree를 함께 보면,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중국기업의 현재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성장하는 속도인지도 모릅니다.”

👉 [중국기업을 읽다] 제1편|상장 첫날 466% 폭등한 창신메모리, 중국은 정말 한국의 DRAM을 따라잡았을까?

▶ [중국기업을 읽다] 제4편|알리바바는 왜 쇼핑회사를 넘어 AI 제국을 만들려 할까?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밥무쓰리부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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