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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멈추지 않는 내권(内卷) - 경쟁이 경쟁을 잡아먹는 사회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내권(内卷)’ 현상을 실제 생활·직장·산업 현장에서 체감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경쟁이 성장을 잠식하는 구조와 그 속에서의 기회를 함께 다룹니다.

중국에서 체감하는 ‘내권(内卷, involution)’은 왜 멈추지 않을까

요즘 중국 뉴스를 보다 보면, 그리고 실제 거리를 걸어보면 한 단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바로 ‘내권(内卷, involution)’입니다. 원래는 인류학·사회학에서 쓰이던 학술 용어였지만, 이제는 중국 청년들, 직장인들, 자영업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이 단어가 단지 유행어가 아니라 현실을 설명하는 키워드라는 사실을 여러 번 느끼게 됩니다.

중국 대도시의 야경 속에서 ‘内卷’이라는 큰 글자가 강조된 이미지로, 중국 사회의 경쟁 심화와 내권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가 여전히 거대하고 도시의 불빛도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더 많이 경쟁하지만,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 기묘한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내권의 의미와 함께, 제가 중국에서 직접 보고 느낀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할지 조심스럽게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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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권(内卷)’이란 무엇인가 – 경쟁이 성장을 잡아먹는 순간

간단히 말하면, 내권은 “경쟁이 성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그 결과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사람들은 “우리는 지금 내권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서는 이 단어가 여러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명문대 입시 경쟁, 대기업 취업 전쟁, 플랫폼 노동자의 초 단위 배달 경쟁, 그리고 제조업과 IT 산업의 가격 경쟁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기업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구조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과잉 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내권 개념 이미지로, 중국 사회에서 확산되는 내권 현상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그림
사회적 내권을 표현하는 이미지 (출처 - 바이두)

2. 제가 중국에서 직접 본 ‘내권’의 얼굴들

중국에 살다 보면 뉴스 기사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길거리, 공장, 사무실, 물류센터에서 마주치는 ‘현장’입니다. 저는 자동화·물류·로봇 관련 일을 하면서 여러 도시를 다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 라이더들의 세계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앱에는 실시간으로 배달 시간이 표시되고, 1~2분이 늦어지면 곧바로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망설이고, 비가 와도 속도를 늦추기 어렵습니다. 플랫폼은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 압박은 결국 라이더 개인의 어깨 위로 떨어집니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데, 수입은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조업·로봇 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동일 스펙, 더 낮은 가격”을 요구받는 견적 경쟁, 여러 업체가 거의 비슷한 기능을 가진 AGV, 로봇, 시스템을 내놓지만 결국 남는 것은 가격 인하와 마진 희생뿐인 프로젝트도 존재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좋은 조건을 기대하기보다, “같은 일을 더 싸게, 더 빨리” 해야만 살아남는 구조로 흘러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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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도 내권은 조용히 진행됩니다. 팀의 인력은 그대로인데, 매년 목표는 올라갑니다. 경기 둔화, 경쟁 심화,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은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되고, 보고서와 회의는 늘어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많은 중국 직장인들이 말하는 “内卷的职场”의 모습입니다.

3. 왜 중국은 ‘내권’으로 흐르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중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날까요? 저는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를 느끼고 있습니다.

첫째, 산업의 과잉 경쟁입니다. 특정 분야가 성장성이 보이면, 순식간에 수많은 기업이 몰려들고, 짧은 시간 안에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차별화된 가치”보다 “같은 것을 더 싸게 제공하는 능력”이 강조됩니다. 그 과정에서 품질과 서비스가 좋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가 지쳐 가는 내권의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둘째, 성장률 둔화입니다. 과거처럼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경제가 점점 안정·조정 구간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은 제한된 자원 안에서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성장”이 아니라 “자리 지키기”가 우선이 되는 순간, 내권은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셋째, 사회적 압박의 누적입니다. 부동산 가격, 교육비,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기 위해서라도,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구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 노력은 성장을 향한 사다리가 아니라 소모적인 회전목마가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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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권 속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기회

흥미로운 점은, 내권을 정확히 이해하면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 오히려 방향을 조금 비틀어 새로운 영역을 찾는 사람에게 공간이 열리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내권 현상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이미지로, 경쟁 과열과 사회적 압박을 보여주는 상징적 그래픽
한국도 내권의 존재에 대한 이미지를 쉽게 찾을수 있다 (출처 - 바이두)

저는 중국의 자동화, 로봇, 물류 솔루션 시장을 보면서 “단순 인건비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과 데이터, 소프트웨어로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과도한 인간 노동의 내권을, 기술과 프로세스 개선이 조금씩 완화시키는 장면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물론 이것도 또 다른 형태의 경쟁을 낳겠지만, 방향을 잘 잡는다면 “내권을 이기는 내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중국에서 살아보며 내린 개인적인 결론

중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습니다. “내권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내가 설 자리는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중국의 변화, 산업 구조, 사람들의 삶을 계속 지켜보며 그 속에서 작은 인사이트를 찾아 기록하고 싶습니다. 이 글 역시, 하나의 거대한 정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조용히 건네는 하나의 관찰일 뿐입니다. 언젠가 이 ‘내권’의 시대가 지나간 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지켜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겠지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중국의 내권(内卷)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도 함께 나눠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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