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을 읽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기업을 통해 산업의 변화와 미래의 사업기회를 읽어보는 시리즈입니다.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뿐 아니라 중국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과 생각도 함께 기록합니다.
제가 처음 샤오미(Xiaomi·小米)라는 회사를 접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샤오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조금 냉소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개발하고 만드는 기술기업이라기보다는 여러 부품을 가져와 조립해 가격이 싼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짝퉁 애플’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특히 창업자 레이쥔(雷军)의 모습은 이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은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신제품을 발표하는 모습부터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과 프레젠테이션 스타일까지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당시 해외 언론에서도 레이쥔을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르며 샤오미와 애플을 자주 비교했습니다.
물론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애플을 따라 하는 회사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당시 제가 느꼈던 샤오미의 이미지는 꽤 단순했습니다.
“애플을 꽤 잘 따라 하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샤오미를 지금처럼 대단한 기술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5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샤오미를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냉장고, 에어컨, 웨어러블과 수많은 IoT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동차까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한때 ‘짝퉁 애플’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요?
오늘 [중국기업을 읽다] 제3편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샤오미는 어떻게 스마트폰 회사에서 자동차 회사가 되었을까요?
1. 샤오미는 정말 단순한 ‘조립폰 회사’였을까?
샤오미는 2010년 레이쥔을 중심으로 설립됐습니다.
초기의 샤오미 스마트폰 전략은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퀄컴 등 외부의 좋은 부품을 사용해 높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만들면서도 가격은 경쟁제품보다 낮췄습니다.
오프라인 유통망보다는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광고비와 유통비를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는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좋은 부품을 조립해 싸게 파는 회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샤오미의 진짜 경쟁력은 하드웨어 자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샤오미는 상당히 일찍부터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MIUI를 통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팬 커뮤니티를 만들고,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했습니다.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전통적인 제조기업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방식이 이후 샤오미가 성장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 스마트폰 옆에 이상하게도 하나씩 다른 제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직접 느낀 샤오미의 변화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회사였는데 어느 순간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기청정기가 나오고, 미밴드와 체중계가 나오고, TV와 로봇청소기까지 등장했습니다.
저 역시 당시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스마트폰 회사가 왜 공기청정기를 만들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샤오미가 만들고 있던 그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샤오미가 원하는 것은 모든 제품을 혼자 직접 생산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 기업과 제품을 연결해 샤오미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샤오미 제품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샤오미 제품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샤오미 생태계가 넓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3. 그런데 2021년, 샤오미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는 조금 달랐습니다.
2021년 샤오미가 스마트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저 역시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가전까지는 그렇다 쳐도 자동차까지?”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공기청정기와는 전혀 다른 산업입니다.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고, 배터리와 수많은 부품을 관리해야 하며, 생산품질과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판매 이후에는 AS까지 오랫동안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샤오미는 자동차 사업에 상당히 큰 승부를 걸었습니다.
자동차 사업 진출 당시 향후 10년 동안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레이쥔이 직접 자동차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 실제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4. 2024년, Xiaomi SU7이 도로에 등장했습니다
2024년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이 출시됐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회사가 만든 자동차를 사람들이 정말 살까?”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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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선풍적 인기를 몰고있는 샤오미의 SU7 (출처 - 바이두) |
SU7은 빠르게 판매량을 늘렸고, 이후 샤오미는 첫 SUV인 YU7까지 출시했습니다.
샤오미 자동차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30일 기준 누적 자동차 인도량은 이미 7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1세대 SU7만 약 38만1천 대가 인도됐습니다.
또 샤오미는 SU7이 2025년 중국에서 20만 위안 이상 세단 판매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5년 전 ‘짝퉁 애플’이라는 평가까지 받던 회사가 이제 중국 도로에서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5. 그런데 자동차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샤오미의 현재 전략을 살펴보면 자동차를 만든 이유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샤오미는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생태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Human × Car × Home
말 그대로 사람·자동차·집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이 있습니다.
집에는 TV,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와 수많은 IoT 기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나가 비어 있었습니다.
‘이동’입니다.
자동차가 바로 그 자리에 들어온 것입니다.
샤오미의 HyperOS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샤오미 공식 자료에 따르면 HyperOS가 연결하는 기기는 11억6천만 대 이상이고, Mijia 생태계에는 130개 이상의 제품 카테고리와 2,000개 이상의 제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자동차 사업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샤오미에게 자동차는 전혀 새로운 사업을 하나 추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에서 아직 연결하지 못했던 ‘이동시간’을 연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6. 어쩌면 샤오미는 자동차를 ‘자동차’라고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와 샤오미의 차이가 하나 보입니다.
BYD와 같은 기업은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에서 출발했습니다.
반면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샤오미가 바라보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라기보다 바퀴가 달린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연결되고, 태블릿과 연결되고, 웨어러블과 연결되고, 집에 있는 가전제품과 다시 연결됩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에서 출발해 스마트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면, 샤오미는 이미 만들어놓은 스마트 생태계 안으로 자동차를 가져온 셈입니다.
저는 바로 이 차이가 앞으로 샤오미 자동차를 볼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7. 그렇다고 샤오미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다릅니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제품입니다.
배터리와 충돌안전, 생산품질, 공급망, AS, 운전자보조 기능의 안전성까지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자동차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샤오미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 역시 함께 커집니다.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는 BYD와 Tesla뿐 아니라 Geely, XPeng, Li Auto, NIO 그리고 Huawei 생태계까지 수많은 강자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결국 샤오미가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첫 번째 자동차를 성공시키는 것만이 아닙니다.
첫 번째 성공을 두 번째, 세 번째 자동차에서도 이어가고, 그 성공을 5년, 10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8. ‘짝퉁 애플’에서 여기까지
그래서 저는 요즘 중국 도로에서 샤오미 자동차를 볼 때 가끔 처음 샤오미를 접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검은색 옷과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제품을 발표하던 레이쥔.
애플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던 스마트폰.
그리고 ‘중국의 휴대폰 조립회사가 얼마나 갈까’라는 시선.
저 역시 당시에는 샤오미를 지금처럼 크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약 1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기업이 되었고, 11억 대가 넘는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이제 자동차까지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자동차 판매량 자체보다 이 변화의 과정이 더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성공방식을 잘 따라가는 회사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 자신만의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생태계 안에 자동차까지 집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9. 그렇다면 샤오미는 도대체 무슨 회사일까요?
2010년에는 스마트폰 회사였습니다.
그다음에는 IoT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동차까지 만듭니다.
겉으로 보면 샤오미는 계속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회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처음부터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기기와 공간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연결하는 것.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집으로 들어갔고, 이제 자동차를 통해 이동하는 시간까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샤오미를 바라보는 질문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샤오미는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샤오미는 사람의 하루를 어디까지 연결하려는 것일까?”
한때 저 역시 ‘짝퉁 애플’ 정도로 생각했던 기업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중국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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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 예고
[중국기업을 읽다] 다음 편에서도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중국기업 한 곳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읽어보겠습니다.
기업이 얼마나 큰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성장했고 무엇이 경쟁력이었으며, 그 기업 뒤에서 어떤 산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상 밥무쓰리부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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