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를 떠나 이번에는 쿤밍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중국을 걷다] 시리즈에서는 운남성 대리(大理)를 걸었습니다.
얼하이와 대리고성, 그리고 백족(白族)의 오래된 삶이 남아 있는 시조우(喜洲)까지 직접 걸으며 대리가 왜 많은 중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시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동쪽으로 이동해 운남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으로 가보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운남 여행이라고 하면 대리나 리장, 샹그릴라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쿤밍은 이 도시들을 여행하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도시 정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접 운남을 여행하다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쿤밍은 운남 여행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운남이라는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첫 번째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중국을 걷다] 제4편에서는 관광지를 찾아가기 전에 먼저 쿤밍이라는 도시 자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쿤밍은 어디에 있을까요?
쿤밍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운남성(云南省)의 성도입니다.
중국 지도를 펼쳐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와는 상당히 떨어진 서남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운남성 자체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쿤밍은 단순한 지방도시 이상의 지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내륙에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중요한 관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중국과 라오스를 연결하는 철도망까지 이어지면서 쿤밍의 이러한 지리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역시 쿤밍을 중심으로 한 도시권을 중국 서남부의 성장거점이자 남아시아·동남아시아와 연결되는 중요한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쿤밍을 단순히 ‘운남성의 수도’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쿤밍은 중국 내륙과 동남아시아가 만나는 도시입니다.
왜 쿤밍을 ‘봄의 도시’라고 부를까요?
쿤밍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춘청(春城), ‘봄의 도시’입니다.
쿤밍은 해발 약 1,900m의 고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도상으로는 비교적 남쪽이지만 높은 고도 덕분에 여름에는 지나치게 덥지 않고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보입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에게 쿤밍은 사계절 내내 봄처럼 지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도시 곳곳에서 꽃과 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쿤밍 주변으로는 호수와 산, 독특한 고원지대의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대리에서 창산과 얼하이가 도시의 분위기를 만든다면, 쿤밍에서는 고원도시 특유의 온화한 기후와 자연환경이 도시의 첫인상을 만들어줍니다.
현재 약 874만 명이 살아가는 운남 최대의 도시
여유로운 고원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쿤밍을 작은 도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쿤밍은 상당히 큰 도시입니다.
2025년 기준 쿤밍의 상주인구는 약 874만 명에 이릅니다.
운남성의 정치·경제·교통·교육 중심지이기 때문에 운남 각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현대적인 상업지구와 고층건물, 지하철과 대형 쇼핑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쿤밍을 걷다 보면 묘한 대비를 느끼게 됩니다.
한쪽에는 현대적인 대도시가 있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전혀 다른 자연과 오래된 마을이 나타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쿤밍의 재미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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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으로 장식한 쿤밍의 소수민족 모습의 포토스팟 |
쿤밍을 이해하려면 소수민족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운남을 여행하면서 제가 계속 관심을 갖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수민족 문화였습니다.
대리에서는 백족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쿤밍으로 오면 훨씬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한 도시에서 만나게 됩니다.
쿤밍시 공식 소개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26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족(彝族), 백족(白族), 묘족(苗族), 다이족(傣族), 나시족(纳西族) 등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민족들의 문화가 운남 곳곳에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운남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중국의 한 지방을 여행하는 것과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역마다 옷과 음식, 건축, 언어와 생활문화가 달라집니다.
어쩌면 운남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보다 ‘중국 안의 또 다른 중국’을 만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리의 백족 마을인 시조우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쿤밍은 생각보다 오래된 도시입니다
현대적인 쿤밍의 모습만 보면 비교적 최근 성장한 도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고대부터 운남 지역의 여러 민족과 문화가 교류하던 곳이었고, 이후 중국 내륙과 운남,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교통과 교역의 중심지로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운남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대리에서 살펴봤던 남조국과 대리국의 역사도 함께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남은 오랫동안 중국 중원과는 다른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왔고,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지역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쿤밍을 여행할 때도 단순히 현대적인 성도만 보는 것보다 운남 전체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쿤밍과 한국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쿤밍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칭다오처럼 익숙한 중국 도시는 아닙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역사에서도 동부 연해지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입니다.
하지만 쿤밍의 지도를 조금 넓게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쿤밍은 중국 서남부를 거쳐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와 유통, 관광, 식품, 농산물, 제조 공급망 등의 측면에서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여행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쿤밍을 시작으로 대리, 리장 등 운남의 주요 도시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여행자에게도 운남 여행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합니다.
지금 당장 한국과 가장 교류가 많은 중국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연결이 더욱 강해질수록 쿤밍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쿤밍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 단순히 ‘쿤밍에서 어디를 가야 할까?’만은 아니었습니다.
대리를 여행하면서 백족의 마을을 만나고, 얼하이 주변을 걷다 보니 운남이라는 지역 자체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곳에는 이렇게 많은 소수민족이 살아왔을까?
왜 도시마다 문화와 풍경이 이렇게 다를까?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자연은 이곳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왔을까?
쿤밍은 이런 질문을 가지고 여행하기에 꽤 흥미로운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렬한 답 중 하나를 쿤밍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났습니다.
바로 석림(石林)이었습니다.
다음 [중국을 걷다] 제5편에서는 석림으로 갑니다
쿤밍에서 약간 벗어나면 갑자기 믿기 어려운 풍경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거대한 돌기둥이 마치 나무처럼 솟아 있는 곳.
이름 그대로 ‘돌로 이루어진 숲’, 석림(石林)입니다.
석림은 단순히 기암괴석을 구경하는 관광지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과 함께 이 지역에 살아온 이족(彝族)의 문화까지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저 역시 직접 석림 안을 걸으며 사진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자연은 얼마나 긴 시간을 들여 이런 풍경을 만들었을까?”
다음 [중국을 걷다] 제5편에서는 직접 걸어본 석림의 풍경과 이족의 이야기, 그리고 왜 이곳이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자연유산으로 평가받는지를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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