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제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자주 듣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당시 제가 처음 출장으로 방문했던 곳도 광동성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전 세계 데스크탑 PC에 들어가는 부품의 상당 부분이 광동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지역에서 생산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왔습니다.
이유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생산능력.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빠르게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계 사람들이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유가 조금 다릅니다.
공장을 맡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기술을 직접 보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공장을 보려고 2천만 원을 낸다고?
며칠 전 재미있는 해외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Reuters가 9월 3일 보도한 기사인데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
“Tech pilgrims flock to China as global innovation race heats up”
우리말로 표현하면 대략
“세계 기술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기술 순례자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비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상하이의 한 데이터 리서치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기술투어는 5일 일정에 최대 15,000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대략 2천만 원 안팎입니다.
그 돈을 내면서까지 중국에 와서 무엇을 보는 걸까요?
AI, 로봇, 전기자동차, 배터리 그리고 중국의 첨단 제조공장입니다.
👉 Reuters 보도|Tech pilgrims flock to China as global innovation race heats up
![]() |
| Investing.com에 실린 Reuters의 보도 |
2003년에는 중국에 '만들러' 왔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2003년 처음 중국에 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중국을 찾던 해외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은 생산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더 싸게 만들 수 있을까?
어디에 공장을 세우면 좋을까?
어떤 중국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
특히 제가 처음 방문했던 광동성은 그런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글로벌 전자기업과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모여들었고, 그 주변에는 다시 부품업체와 물류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제가 처음 중국을 경험했던 시절의 중국은 그렇게 ‘잘 만드는 나라’라기보다는 ‘싸고 많이 만들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했습니다.
그런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질문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중국에 '배우러' 옵니다
Reuters 기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중국을 찾는 해외 투자자와 기업인들은 이제 중국기업에 생산을 맡기기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기업들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지를 직접 보기 위해 옵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허페이 같은 도시를 돌며 전기자동차 공장과 로봇기업, AI기업들을 방문합니다.
샤오미의 베이징 전기차 공장은 2024년 3월 이후 이미 25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Reuters는 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기술전시회를 계속 다니면서 비슷한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WAIC에서는 AI가, WRC에서는 로봇이
매년 상하이에서 열리는 WAIC(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베이징에서 열리는 WRC(World Robot Conference), 그리고 물류자동화 분야의 CeMAT ASIA 같은 전시회를 다녀보면 중국 기술의 변화를 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AI 분야의 변화 속도는 놀랍습니다.
2025년에는 DeepSeek가 세계 AI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중국 Moonshot AI의 Kimi K3가 또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Kimi K3는 2.8조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대형 AI 모델로 공개됐고, 공개 직후 독립 AI 평가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Intelligence Index에서 전체 3위에 올랐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중국 AI라고 하면 미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중국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세계가 성능을 비교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직접 다녀온 WRC 2026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참가했고, 단순히 춤추고 뛰는 로봇을 넘어 물건을 옮기고, 상품을 분류하고, 실제 생활과 산업현장을 염두에 둔 모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 [News Or Nius] #50|WRC 2026에서 직접 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변화
그리고 그 전시회를 다녀온 뒤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중국 로봇들은 이제 정말 일하기 시작한 것일까?”
👉 [News Or Nius] #51|춤추고 싸우던 중국 로봇들, 이제 진짜 ‘일’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AI와 로봇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최근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DRAM 기업 창신메모리(CXMT)입니다.
오랫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지배해온 DRAM 시장에 중국기업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 [중국기업을 읽다] 제1편|상장 첫날 466% 폭등한 창신메모리, 중국은 정말 한국의 DRAM을 따라잡았을까?
AI, 로봇,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최근 중국을 바라보면서 저는 한 가지 공통된 느낌을 계속 받게 됩니다.
“중국의 현재보다 더 놀라운 것은 변화하는 속도인지도 모른다.”
'Made in China'에서 'Learn from China'로?
2003년 제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세계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왔습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어떤 사람들은 5일에 15,000달러를 내면서까지 중국의 공장과 기술기업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모든 기술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I에서도, 반도체에서도, 로봇에서도 아직 중국이 넘어야 할 기술의 벽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Reuters 기사에서도 중국의 기술적 우위를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함께 소개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지금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2003년의 중국은 세계가 물건을 ‘만들러’ 오던 곳이었다면,
2026년의 중국은 세계가 기술을 ‘보러’ 오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Made in China’에서
‘Learn from China’로.
정말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최근 중국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과장된 열풍일까요?
News일까요, Nius일까요?
저 역시 23년째 중국에서 생활하며 그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보겠습니다.
이상 밥무쓰리부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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