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관련 기사를 읽다가 처음 보는 표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新新三样(신신삼양)”
‘新三样’이라는 말은 저도 익숙합니다.
중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수출 주력상품으로 이야기해온
전기자동차 · 리튬배터리 · 태양광
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앞에 新자를 하나 더 붙인 ‘新新三样’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일까요?
AI · 로봇 · 혁신신약.
최근 중국에서는 이 세 가지를 중국의 새로운 수출 경쟁력을 보여주는 ‘新新三样’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세 가지를 보면서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와 로봇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가 반도체도, 드론도 아닌 ‘신약’이었습니다.
중국의 수출품에 도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처음 중국에 왔던 2003년
저는 2003년 처음 중국에 왔습니다.
당시 중국을 대표하던 말 가운데 하나가
“세계의 공장”
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출장으로 방문했던 곳도 광동성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전 세계 데스크탑 PC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들이 광동성을 비롯한 중국 남부지역에서 생산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중국에는 전 세계 제조기업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생산능력.
실제로 당시 중국을 대표하는 수출상품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지금 ‘老三样(노삼양)’이라고 부릅니다.
의류(服装) · 가구(家具) · 가전(家电)
입니다.
값싼 노동력과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중국 제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新三样’이 등장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제품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표현 가운데 하나가
“新三样(신삼양)”
입니다.
전기자동차 · 리튬배터리 · 태양광.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자동차가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CATL 같은 배터리 기업이 성장했으며 중국 태양광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을 크게 키웠습니다.
실제로 2025년 중국의 ‘新三样’ 수출규모는 약 1조3천억 위안에 달했고, 2020년과 비교하면 약 3.5배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수출산업 변화를 단순하게 놓고 보면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老三样
의류 · 가구 · 가전↓
新三样
전기자동차 · 리튬배터리 · 태양광
그런데 2026년에는 여기에 한 단계가 더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新新三样’
최근 중국에서 이야기하는 ‘新新三样’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人工智能(AI)
机器人(로봇)
创新药(혁신신약)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몇 가지 재미있는 숫자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로봇입니다
2026년 상반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습니다.
수출 대상 국가와 지역도 141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수술용 로봇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배 증가했습니다.
저에게 이 숫자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열린 WRC 2026을 직접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정말 많은 중국 로봇기업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몇 달 전과 비교해도 움직임이나 완성도가 달라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춤추고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건을 집고, 옮기고, 분류하는 등 실제 산업현장을 염두에 둔 모습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 [News Or Nius] #51|춤추고 싸우던 중국 로봇들, 이제 진짜 ‘일’하기 시작했다?
그 로봇들이 이제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AI입니다
AI는 조금 독특합니다.
자동차나 로봇처럼 컨테이너에 실어서 수출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 AI가 해외로 나가는 방법은
AI 모델 · API · Agent ·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DeepSeek가 세계 AI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고, 올해에도 여러 중국 AI 모델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新新三样’을 설명하면서 흥미롭게 표현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예전에는 물건을 수출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과 모델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까지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AI를 ‘수출상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지만,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변화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의외였던 것은 ‘신약’입니다
AI와 로봇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新新三样’의 세 번째가 혁신신약(创新药)이라는 점이 가장 의외였습니다.
반도체도 아니고, 드론도 아니었습니다.
신약이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중국 혁신신약의 해외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약 1,10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이미 2025년 연간 규모의 약 80% 수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약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중국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의 해외 개발·판매 권리를 글로벌 제약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등을 받는 License-out 방식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중국은 약 자체뿐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과 권리’
까지 해외에 판매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번에 ‘新新三样’을 찾아보면서 중국 바이오산업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의 ‘三样’을 나란히 놓아보면 재미있습니다
세 시대를 한 번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老三样
의류 · 가구 · 가전↓
新三样
전기자동차 · 리튬배터리 · 태양광↓
新新三样
AI · 로봇 · 혁신신약
저는 이 세 가지를 보면서 한 가지 변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눈에 보이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新新三样에는 AI 모델과 신약의 기술권리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제조(中国制造)에서 중국창조(中国创造)로”
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쓴 글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며칠 전 재미있는 Reuters 기사를 보고 글을 하나 썼습니다.
세계의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중국의 AI·로봇·전기자동차·스마트팩토리를 직접 보기 위해 중국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부 중국 기술투어는 5일 일정에 최대 1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 [News Or Nius] #53|중국 공장을 보려고 2천만 원을 낸다? 세계의 기술인들이 중국으로 몰려오는 이유
그 글에서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2003년에는 세계가 중국에 물건을 만들러 왔다면,
2026년에는 중국의 기술을 보러 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新新三样’이라는 표현을 보고 나니 그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앞으로 세계에 무엇을 팔려고 하는 것일까요?
중국의 다음 수출품은 정말 AI·로봇·신약일까요?
물론 아직 ‘新新三样’이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처럼 중국을 대표하는 수출산업이 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릅니다.
AI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강력한 경쟁기업들이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아직 실제 산업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습니다.
신약은 긴 임상시험과 각국의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新新三样’은 어쩌면 지금의 성과라기보다 중국이 다음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3년 처음 중국에 왔던 제가 당시
“언젠가 중국 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이렇게 많이 팔릴 것이다.”
라고 들었다면 과연 쉽게 믿었을까요?
아마 저 역시 반신반의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AI · 로봇 · 혁신신약
은 10년 뒤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을 이었던 ‘新三样’처럼 정말 중국의 다음 대표 수출산업이 될까요?
아니면 아직은 중국이 만들어낸 하나의 기대 섞인 구호에 그칠까요?
News일까요, Nius일까요?
조금 더 지켜보겠습니다.
이상 밥무쓰리부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News Or Nius] #53|중국 공장을 보려고 2천만 원을 낸다? 세계의 기술인들이 중국으로 몰려오는 이유
👉 [News Or Nius] #51|춤추고 싸우던 중국 로봇들, 이제 진짜 ‘일’하기 시작했다?
👉 [중국기업을 읽다] 제1편|상장 첫날 466% 폭등한 창신메모리, 중국은 정말 한국의 DRAM을 따라잡았을까?



댓글 쓰기